
지구가 6개월 뒤 멸망한다는데, 당신은 지금 무슨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가?
에베레스트산 만한 크기의 거대한 혜성이 정확히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해 인류를 완멸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세상을 통제하는 위정자들과 미디어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정상적인 문명이라면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온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아담 매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은 이러한 인류애적 환상을 사정없이 짓밟으며, 기괴하고도 서늘한 현대 사회의 진짜 얼굴을 우리 눈앞에 까발립니다.
천문학 석사과정 케이트 민디(제니퍼 로렌스 분)와 랜들 민디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혜성 충돌이라는 종말의 경고를 들고 백악관과 거대 방송국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것은 종말의 공포가 아니었습니다. 지지율 표 계산에만 혈안이 된 대통령, 팝스타의 스캔들에 더 열광하며 시청률 올리기에만 미쳐있는 앙증맞은 TV 쇼 진행자들, 그리고 혜성에 묻힌 희귀 자원을 채굴해 돈을 벌 생각뿐인 미친 IT 공룡 기업의 회장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미디어에 중독된 현대 문명을 향해 내던지는 신랄하고 독기 어린 실존적 고발장입니다. 진짜 위기와 진실은 가십거리의 찌꺼기 속으로 찌그러지고, 정치적 진영 논리와 알고리즘이 만든 자극적인 가짜 뉴스만이 판을 치는 세상. 영화는 지구 멸망이라는 극한의 설정을 통해, 소통의 능력을 상실한 채 멸망을 향해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가는 현대인들의 미련함을 잔혹할 정도로 경쾌하게 비꼬아대곤 합니다.
혜성을 보지 마라 vs 하늘을 바라보라
영화 <돈 룩 업>이 선사하는 비평적 전율은 혜성이라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과학적 진실조차 정치적 스펙터클과 자본의 상술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해체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에 있습니다. 혜성이 점차 지구로 가까워져 밤하늘에 육안으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하나로 뭉치기는커녕 둘로 갈라져 서로를 향해 침을 뱉습니다. 혜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대비하자는 '룩 업(Look Up)' 진영과, 자본가와 정권의 거짓 선동에 속아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고 외치는 '돈 룩 업(Don't Look Up)' 진영의 괴기스러운 대립이 펼쳐집니다.
이 비극적인 분열의 핵심에는 자본의 그릇된 욕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혜성을 파괴하여 지구를 구할 기술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IT 공룡 기업의 회장은 혜성에 매장된 수조 달러 가치의 희귀 광물을 채굴하겠다는 오만함으로 인류 전체의 생존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입니다. 대중은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입담에 눈이 멀어, 정작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과학자의 호소는 지질한 미치광이의 비명으로 치부되고, 거짓을 가공해 파는 기득권의 쇼는 위대한 비전으로 포장됩니다.
모든 소동의 끝에 도달한 지구가 마침내 혜성과 충돌하여 사분오열 찢겨나갈 때, 특권층들은 지구를 버리고 우주선으로 도망칩니다. 이 마지막 파멸의 순간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추악한 폭력성을 고발합니다. 거대 자본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짜 현실의 최후는 결국 모두의 멸망이라는 참혹한 평등뿐이며, 진실을 외면한 대가는 그 어떤 권력자나 부자라 할지라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집니다.
가짜와 가십에 진실이 묻히던 날
살다 보면, 분명히 눈앞에 존재하는 정직한 진실과 문제점이 교묘한 말장난과 가식적인 포장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기가 막힌 순간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저 역시 과거 직장에서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명백한 부실과 비리를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직한 자료와 위험성을 보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감사나 개선이 아니라, "분위기 깨지 마라", "이슈화시켜서 사기 떨어뜨리지 마라"는 서늘한 핀잔과 이기적인 외면이었습니다.
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당장의 안위와 이미지 포장에만 급급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정직한 경고를 던진 저를 예민하고 부적응적인 사람으로 몰아갔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웃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굴었지만, 이면에서 썩어가던 조직의 실태를 보며 제 가슴을 짓눌렀던 것은 '진실을 말하는 자가 도리어 유죄가 되는 이 괴기스러운 현실에 대한 깊은 자괴감과 슬픔'이었습니다.
아무리 진심을 다해 외쳐도 알고리즘과 가십의 벽에 부딪혀 튕겨 나오던 그날 밤, 텅 빈 방 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밥상을 바라보며 흘렸던 눈물은 제 삶에서 가장 외롭고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깊은 절망의 바닥에서 다시 마주한 영화 <돈 룩 업>의 마지막 저녁식사 장면은 제 가슴에 거친 울림을 안겨주었습니다. 지구 파멸 직전, 민디 교수와 케이트는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을 뒤로한 채 소박한 식탁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음식을 나눕니다.
거대하고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내가 지켜내야 할 진짜 가치는 타인의 자극적인 평가나 가짜 스펙터클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진심과 정직하게 삶을 직면하는 내 안의 양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상이 가짜에 미쳐 돌아갈지언정, 내 삶의 진짜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는 것만이 나를 온전히 구원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친 소음의 바다를 건너 마주하는 정직한 삶의 온기
세상이 자극적인 가십과 눈가림용 거짓으로 가득 차 밤하늘의 서늘한 혜성마저 부정하려 할 때, 민디 교수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껴안았던 것은 권력의 가식적인 단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던 소박한 저녁식사의 온기였습니다. 화려한 수식어와 타인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가벼운 평가가 당신의 진심을 덮어버리려 할지라도, 당신 내면의 깊은 시선만큼은 결코 거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거짓된 스펙터클이 세상을 가릴지라도 오늘 온몸으로 지켜낸 진실된 한 호흡이야말로 당신이라는 존재를 그 무엇보다 찬란하게 만듭니다.
오늘 하루, 세상의 소란스러운 소음에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지 마시고, 당신이라는 고유한 존재가 지닌 정직하고 소박한 가치를 온 마음으로 깊이 품어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ZcBIXGSODzQ